728x90

✳️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의 조합으로 시작부터 꽤나 관심을 받았던 영화. 

이후 칸에서 각본상도 받고, 일본 개봉 당시 평도 좋았으니 나로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운 좋게 시사회에 당첨되어 지난주에 보고왔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시사회를 꽤나 공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회만으로 관객수 집계가 상당하던데?) 영화는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올해 최고의 영화. 연기도 연출도, 그리고 각본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좋았다.

 

 이야기는 총 3막 구조로 되어있다. 그리고 영화의 메인이 되는 며칠간의 사건을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훑는다. 1부에서는 어머니의 시선, 2부에서는 호리 선생의 시선, 3부에서는 아이들의 시선. 이 문제의 며칠간은 정말이지 의문스러운 일로 가득하다. 원래도 한 사람의 시선만 따라간다면 각종 왜곡/오인/정보 비대칭에 시달릴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이 영화의 사건은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영화 내내 각종 '소문'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소문의 일부는 실은 거짓말이고, 또 일부는 오해가 섞여 있고, 또 어떤 건 사실이다. 

 

 그러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물음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서사에서 물음표는 관객을 집중시키는 데 있어 탁월하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저 말은 진실인가?', '저 사람은 왜 저러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서사에서 '물음표'는 곧 '몰입감'이다. 혼란스런 상황과 곳곳에 가득찬 위화감은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철저하게 특정 인물의 시점을 따라간다는 것도 몰입감을 더 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각 부마다 사실상 1인칭으로 진행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도 당연히 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의문스러운 사건을, 우리는 한정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두 요소의 시너지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괴물 찾기'를 유도한다. 1부에서의 어머니와 2부의 호리 선생의 입장은 정말이지 참담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그것도 갑자기 터져버리면서 그들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그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어간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이 영화의 제목처럼 괴물로 보인다. 1부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선생님들은 어떠한가? 그리고 2부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어머니와 미나토는 어떠한가? 영화는 자꾸만 타자를 더욱더 타자화시킨다. 

 

 그러나 3부에서의 우리는 어떤가? 드디어 아이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돌이켜 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고 만다. 오히려 괴물은 우리였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괴물은 없었다. 그저 어긋남들이 있었을 뿐. 어머니의 소박히고 따뜻한 기대는 미나토를 무너뜨렸다. 어린 미나토에게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감정은 또한 미나토와 호리 선생 사이도 어긋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중 그 누구도 악의를 품은 이는 없다. 그저 오해 속에 조금 어긋나 버렸을 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정말로 합리적인 사람이고, 선한 사람이 맞나? 타인들 입장에서도?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무심코 누군가를 재단해 버린다거나, 혹은 반대로 괴물로 규정되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미나토나 요리처럼 스스로가 괴물인가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지나온 인생도 그러한 일들의 반복이었겠지. 

 

 특히나 요즘같은 파편화와 타자화의 세상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묵직하다. 결국 이 잔혹한 영화조차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었음을. 마지막에 아이들을 비추는 그 빛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반응형
728x90

추석 영화 2. 그리고 현시점 기준 추석의 승자인 천박사. 주연 강동원을 필두로 꽤나 적극적인 홍보 나들이를 다니고 있고, 잠의 유재선 감독과 함께 엮여서 유망주 감독의 입봉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근데.. 좀 처참하다. 연출도 처참하고 스토리도 처참하고 남는 게 별로 없다. 사실 기생충 오마주가 들어간 초반 시퀀스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귀신을 보지 못하지만 특출난 관찰력과 화술, 심리 파악 능력으로 사기를 치고다니는 천박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보여줬고, 이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근데 그게 다였다.
귀신을 못 보는 사기꾼 퇴마사라는 매력적인 설정은 본편에 들어서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천박사는 그냥 퇴마사다. 사기꾼도 아니고 특유의 재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귀신을 못 본다는 것도 사실 별로 의미 없다. 걔네가 먼저 달려들거든. 심지어는 퇴마하는 과정도 심플하기 그지없다. 물려받았다는 간편한 설정의 검으로 한 대 통 치면 그만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통 친다.
... 이게 퇴마사 아니라고? 재기발랄하고 스타일리쉬한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 강렬한 캐릭터 무비로 시작한 영화인데 그 주인공이 별로 인상깊지 않다. 솔직히 말해 영화 끝나고 남는 캐릭터는 짧게 나온 박정민과 지수뿐이다. 그리고 그나마 이동휘까지. 이렇게 공허할 수가.

이 외에도 이 영화는 의문 투성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느낌 없는 휘두르기를 메인 액션으로 밀고 수없이 반복하는지, 때가 어느 땐데 얼굴 밑에서 푸른 조명 비추면서 전설의 고향같은 귀신을 연출하는지, 누가 봐도 추석 가족 영화 타겟팅인데 왜 굳이 잔인한 요소를 그것도 별로 큰 의미 없이 발라 놓았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설경은 왜 저렇게 표현한건지 등등.. 영화를 보다보면 끊임없이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호기롭게 후속작까지 염두해 두면서 끝맺었고 실제로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부족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쉽네.

반응형
728x90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처음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 부터 상당한 기대작이었다. 감독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었고, 영화 자체의 분위기도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이 지속되면서 칸에서는 드르렁이라고 까이고, 로튼도 잘 안나오고, 국내 시사 시작되니까 호불호 갈린다 그러고.. 곳곳에서 나의 기대감을 깎아먹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별로인 거 아니야하는 걱정이 기대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근데 막상 직접 영화를 보고 나니 다 기우였구나 싶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그리고 유독 외국에서 반응이 나쁜 이유도 이해는 간다. 근데 뭐 내가 호인데 호불호가 무슨 문제랴. 조금 강하게 얘기하면 요 근래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연출의 퀄리티도 굉장히 높았고, 코미디도 좋았고, 정말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였다.

 

 거미집은 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하는 일종의 소동극이다.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엔딩을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영화 감독 김열을 중심으로 영화의 대부분이 그 촬영 현장과 극중 극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재치 있는 상황들이 굉장히 웃기다는 점이다. 재미있다는 표현은 조금 아쉽다. 이 영화는 굉장히 웃긴 영화다. 사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 영화를 추석 시즌에 개봉했을까 싶었다. 호불호 갈리는 평도 그렇고 딱히 추석에 강세를 보일만한 작품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한국 영화만 보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잠과 추석 시즌 사이는 이른바 빈집이었지 않나. 실제로 현 시점에서는 예매율로 크게 선전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고.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알 것 같다. 이건 충분히 오락 영화스럽거든. 아니 사실 훌륭한 오락 영화다. 

 김열 감독뿐만 아니라 촬영장의 많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적이고, 이 영화의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인 각자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 서로가 사건 속에서 만나면서 생기는 각종 아이러니와 갈등은 영화 내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촬영을 끝내야하는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갈등은 그 자리에서 충분한 해결을 보지 못한다. 대부분의 문제적 상황들은 굉장히 거친 임시방편으로 넘겨버린다. 그리고 당연히 미뤄 둔 문제들은 잊을만하면 튀어나와 버린다. 더 큰 문제와 함께. 치밀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난잡하게 세팅된 일련의 사건들은 말 그대로 거미줄처럼 얽힌다. 덕분에 보는 내내 감탄하기도 하고 낄낄대기도 하면서 즐거웠다.

 

 한편 흑백영상, 그리고 그 시대의 어투와 녹음으로 표현되는 극중 극도 굉장히 흥미롭다. 극중 극이 도대체 어떤 영화고 그래서 바꾸려는 엔딩은 도대체 무엇인지 영화는 딱 잘라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때로는 김열의 꿈으로, 때로는 촬영 장면으로, 때로는 대본에 대한 논의로, 이렇게 부분부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극 중에서 데뷔작 이후로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남기지 못하고 매번 치정극이나 쓴다고 평가받는 김열. 그리고 거미집의 원래 대본 역시 언제나의 치정극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열은 꿈을 통해 굉장히 생생한, 거미집의 새로운 장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엔딩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렇게만 하면 진짜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며. 

 사실 미도정도 외에는 바뀐 대본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며 배우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한편으로는 검열 당국에서 반체제적이라며 탄압하려 하고. 어디까지나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숱한 억까에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잠시 굴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원하던 영화를 완성한다.

 그는 이 영화에 정말이지 사활을 걸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에게 걸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특히 그는 지금까지 동료 감독들에게도 멸시받아 왔고 스승인 신감독의 그늘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나중에 밝혀진 사실로는 그나마 그의 고점이라 평가받던 그의 데뷔작도 사실 신감독의 대본을 훔친 결과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의 걸작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컸으리라. 그래서 이 열망은 분노로도 좌절로도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모두 만들고 난 후.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표정은 굉장히 미묘하다. 어떻게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그는 그 영화에 만족하지는 못한 것 처럼 보인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걸작이라며 박수치는데도 그만 혼자 공허하다. 시종일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외부에 대한 분노로 차있던 그의 감정이 완전히 역전되는 순간이다. 정말 보는 그대로 막상 바뀐 결말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완전한 그의 창작이라 생각했던 대본도 돌이켜보니 신감독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일 뿐이라는 걸 느껴서 일 지도 모른다. 결국 창작자는 스스로의 작품에 온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걸 느낀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도 읽히는 마지막 송강호의 표정 연기는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반응형
728x90

✔️ 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재선 감독의 잠을 보고왔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으로 알음알음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시사회에서의 연이은 호평과 봉준호 감독이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GV로 또 한 번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나로서도 어느샌가 기대작 리스트에 올려놓게 되었고, 거의 개봉하자 마자 달려가서 관람했다.

 

 언제나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좋은 부분이 너무 확실한 영화였다. 시사회 평에서 '현실적인 공포'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실제로 이 영화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낸다. 심각한 수준의 몽유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그와 함께 거주하며 점점 미쳐가는 그의 아내.영화는 이 두명에 거의 모든 초점을맞추면서 거침 없이 진행된다. 관객의 심리적인 부분을 시종일관 자극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인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꽤나 섬세하게 잘 다듬어진 연출도 이에 한 몫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연출의 힘에 대해 통감하고 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런 의미에서 초중반의 연출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적 역할에만 100% 치중한 영화가 아니라, 극 중에서 아내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섬세한 묘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영화의 러닝타임도 꽤 짧은 축에 속하고, 굳이 요약을 하려 한다면 '몽유병에 걸린 남편과 아내가 고통을 겪는 이야기'로 간결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영화를 처음부터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는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기이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서서히 실질적인 공포가 되어가면서 나중에는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연결되고, 오컬트적인 소재까지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그 과정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굉장히 거침 없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차곡차곡 쌓아 온 심리적인 갈등이 완전히 폭발하게 되는 결말부까지 가게 되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사실상 이 엔딩을 위해 달려 온 셈이다. 공들여 쌓은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장면인데다가 사실상 의도적으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엔딩이기 때문에 호불호는 다소 갈릴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이선균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는 엔딩씬은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선균의 극 중 직업이 배우라는 설정 역시 후반부에 와서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는 것도 참 좋았고.

 

최근 소위 말하는 빅4 영화를 포함해 국내 영화를 좀 많이 보게 됐는데, [잠]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눈에 띄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반응형
728x90

 2018년의 전작을 잇는 스파이더버스 트릴로지의 두번째 작. 

전작을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정말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에 굉장히 기다리던 작품이었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전작은 마일즈 모랄레스의 세계에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이 오게 되는 구조였다면, 이번 작은 여러 세계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주인공이 그 세계들을 이동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의 도입부 부터 그웬의 시점에서, 그웬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 세계는 약간 유화풍(?)으로 그려진다. 처음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봤기 때문에 어? 그림체가 바뀌었나 싶었는데 르네상스의 벌쳐가 이 세계에 나타나면서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이 영화에서는 각 세계관만다 그림체가 달랐다. 이제와서 보면 사실 포스터만 봐도 그렇긴 한데 이건 어차피 무조건 볼 영화라 정말 강박적으로 정보를 습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예 몰랐던 것. 지금 생각해보면 1편의 느와르도 흑백으로 나왔기 때문에 사실 이미 예견되어 있던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이미  정점이라고 생각했던 1편의 비주얼을 2편은 다시 한 번 넘어서버린다. 진짜 비주얼 하나만 봐도 반드시 관람해야만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히어로물, 특히 트릴로지가 그러하듯 스파이더버스 시리즈도 첫 작이 히어로의 탄생을 그린다면 2부격의 작품에서는 히어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고뇌를 그린다. 전작에서 훌륜한 한 명의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한 마일즈 모랄레스도 이번 작에서 큰 혼란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 주어진 상황이 정말 너무나도 가혹하다.

 

 전작을 볼 때도 어? 이 세계는 스파이더맨이 그럼 두 명인거야?하고 좀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나는 원작도 전혀 모르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하고 넘어갔었는데 사실 알고 보니 이미 그 시점에서 이 세계관에는 엄청난 문제가 생겨난 거였다. 전작에서 마일즈를 물었던 거미는 사실 킹핀의 잦은 차원이동기 실험으로 인해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녀석이었고, 그 녀석이 마일즈를 물어버리면서 마일즈의 세계에는 스파이더맨이 두 명이되고, 원래 그 거미의 고향 세계에는 스파이더맨이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마일즈 세계의 피터 파커도 원래대로 흘러갔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작을 관통하는 개념이 바로 "공식 설정"인데, 이건 우리가 만화를 보면서 흔히 말하는 개념을 실제 극중 설정으로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라 굉장히 새롭고 재밌었다. 모든 세계선의 스파이더맨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공식 설정'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각성하는 것, 그리고 친밀한 서장이 죽는 것 등등. (마일스는 이 사실을 알기 전에도 스파이더 인디아의 세계에서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서장을 살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공식 설정이 무너지면 세계에 이상이 생기고 무너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최근 여러 세계선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들의 출발점이 바로 마일스였던 것. 

 

 심지어는 이번 작, 그리고 다음 작까지의 메인 빌런인 스팟 또한 어찌 보면 마일스 때문에 생겨나고 마일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결국 초월적인 존재에 달한 것이다. 마일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이지 가혹하기 짝이 없는 진실이었다. 자신이 만악의 근원이고, 아버지가 죽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두어야만 하고, 미겔을 필두로 하여 모두들 나는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말한다. 마일스는 실제로 굉장히 동요하지만,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정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어찌보면 동시기 개봉한 플래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이렇게 '멀티버스'와 '히어로의 정체성 혼란'이라는 두가지 지점을 정말 기가막히게 잘 연결지어 풀어낸다. 사실 요즘들어 멀티버스는 정말 질릴 정도로 많이 나왔고 (당장 올해만 봐도..) 이제 어지간해서는 관객들을 놀라게하기 힘들 상황인데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굉장히 잘 이용한다. 솔직히 말해서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에 가는 장면부터 엔딩까지는 진짜 내내 넋이 나가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영화 초중반에서 나온 가족 시퀀스들과 스팟이 일개 잡범에서 전체 트릴로지의 메인 빌런으로 변해가는 장면들도 지나고보면 정말 탄탄히 잘 쌓아둔 느낌이라 감탄스러웠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지.

 

 물론 이런 식의 엔딩은 정말 가혹하지만.. 비주얼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진짜 어느 경지에 오른 작품이었다. 3부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만 빼면..

 

반응형
728x90

엘리멘탈은 픽사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로 기대하던 작품 중에 하나였다. 원소들을 캐릭터화한다는 기본 컨셉 자체도 아 이건 픽사가 제일 잘 하는 건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픽사 작품 중에서도 인사이드 아웃을 굉장히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이건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글은 다소 늦게 쓰고 있지만 개봉일날 보고 왔고, 이후에 더빙으로도 한 번 더 봤다.
 
두 번 봤다는 것에서 이미 짐작하겠지만, 나는 재밌게 봤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게 무슨 픽사의 최고작 자리를 넘본다 뭐 이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충분히 좋은 영화이자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엘리멘탈은 기대치에 비해 흥행 실적도 상당히 별로고, 평으로도 좀 많이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사랑스러움과 빛나는 창의력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영화는 사실 장르적으로 보면 멜로, 로맨스 장르에 가깝다. 사실 거의 정보를 차단한 채로 영화를 봤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던 분위기가 아니긴 했다. 로맨스 장르로 보았을 때 양 극단의 캐릭터들이 사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서사 구조는 굉장히 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로맨스 장르 영화로만 봤을 때는 엘리멘탈이 그렇게 빛나는 영화같지는 않다. (물론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또 아니고) 그냥 되게 예쁜 그래픽으로, 무난하고 아름다운 로맨스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느낌이지.
 
그렇지만 엘리멘탈이 그저 로맨스 영화인 것은 아니다. 엘리멘탈은 기본적으로 이민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엘리멘탈 시티는 이름으로 보면 불,물,공기,흙 네 원소가 모두 다 함께 살아갈 것만 같은데 영화를 보고 있자면 불의 원소들은 자기들끼리 집성촌같은 걸 조성해서 자기들끼리 모여 산다. 오프닝에 슬쩍 나오는 화면들로 보았을 때 엘리멘탈 시티로의 이주 역사는 물-흙-공기 순으로 이어져왔고 불이 가장 마지막으로 이주했는데, 이들은 엘리멘탈 시티에 섞이지 못했다. 물에 의해 꺼져버리거나 혹은 반대로 물이 증발해버리거나 하기도 하고, 흙에서 자라난 식물들이 불에 닿아 타버리는 장면들이 나오는 걸 보면 물론 물리적으로도 같이 사는 데 다소 제한 사항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엠버의 부모님이 1세대 이민자로서 처음 집을 구하러 다닐 때 하나 같이 문전박대 한 것이나, 비비스테리아 일화를 보면 관념적으로도 어느 정도 서로 간의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물론 이는 불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실제로 엠버의 아버지는 물을 거의 혐오한다. 이외에도 엠버가 웨이드 가족과 식사를 할 때 "너는 우리 말을 아주 잘 하는구나"라는 대사를 악의 없이 던지는 장면 등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엠버와 웨이드도 서로에게 이미 사랑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접촉을 피하고 우리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하곤 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비비스테리아는 역시나 불 앞에서도 꽃 피울 수 있음이, 그리고 사실 불과 물이 서로 손을 맞잡아도 어느 한 쪽이 증발해 버리거나 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현상 (라이덴 프로스트 현상)이 일어남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사실 그 전 까지 그 누구도 정말로 그들이 접촉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확인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막연한 공포, 혹은 거부감이 그 확인을 막고 있었을 뿐. 엠버와 웨이드가 서로 손을 맞잡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민자 이야기 외에 엘리멘탈을 끌고 가는 또 하나의 큰 축은 '자식의 책임감과 이로 인한 고뇌•갈등', 그리고 '감정'에 대한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불호평들 중에 꽤나 많은 평에서 '웨이드 캐릭터가 좀 너무 과하다'는 말을 한다. 사실 나도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어 좀 과한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양 극단의 캐릭터를 이용하는 서사 구조 특성상 당연한 거긴 한데 그건 그거고 나도 캐릭터 자체에 크게 막 정은 안 갔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영화를 관람하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엠버는 가게 일을 대부분 다 잘 소화하지만, 유독 손님 응대를 하는 데 있어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것 때문에 가게를 이어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그렇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엠버는 웨이드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공감하는지, 그리고 경기장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는지를 묻는데 이 때 웨이드는 '그냥 네가 느끼는 대로 해봐라. 화가 나는 건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아서다' 라고 대답한다. 이 때 엠버는 이 말을 무시하지만, 이 때 엠버에게 말 한 대사를 생각해 보면 웨이드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첫 등장, 그러니까 우연찮게 가게 지하로 끌려들어와 위반 딱지를 떼는 장면부터 영화 내내 웨이드는 그냥 시종일관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 감정의 표현이라는 키워드가 영화 내내 등장하게 되는데, 엠버는 웨이드의 어머니가 유리 회사 인턴을 제안한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리고 이내 위에서 말한 웨이드의 말 뜻을 드디어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된다. '나는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 않구나'. 가게는 아버지의 꿈이고, 또한 언제나 엠버에게 가게를 물려줄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셨고, 심지어 아버지는 최근 들어 부쩍 노쇠해지셔서 숯콩 만드는 것도 제대로 못하시고 있다. 그리고 엠버가 다른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상황이 바로 '아버지를 실망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엠버는 자연스럽게 나는 가게를 물려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자기 마음이 그런지는 사실 관심 밖이었다. 이전까지는 다른 길을 생각해본적도 없었으니까.
 
이런 마음을 웨이드에게 말하자 웨이드는 이 때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분명 이해해주실거라며 부모님과 대화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엠버는 너는 모른다며 자기 마음을 묻어두기를 선택한다. 심지어는 웨이드가 한 번 더 아버지 은퇴식에 찾아가 자기 마음을 따를 것을 다시금 권했음에도 엠버는 끝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후 일련의 사건에서 웨이드가 희생하고나서야 엠버는 부모님께 자신의 진짜 마음을 고한다. 나는 웨이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도 않다고, 부모님은 웨이드가 예상했던대로 나의 꿈은 너였지 가게같은게 아니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엠버가 꿈을 찾아 인턴을 하러 떠날 때, 자신의 부모님과는 달리 맞절을 하면서 자식의 꿈을 응원해준다. 사실 영화에서 처음 '박소'가 언급될 때 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서사가 쌓이고 나서 보니 역시 이 장면에서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엘리멘탈은 크게 두 줄기의 주제 의식을 원소라는 컨셉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한다. 그리고 특히 후자의 이야기는 유독 한국인들에게 통했던 모양이다. 예전부터 있었던 'K-장녀' 개념의 모습이 엠버와 완전히 겹쳐보이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엘리멘탈은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해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계 감독이 부모님의 이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좀 더 좋아할 만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실제로 관람객평도 유독 한국인 평이 좋은 현상이 있기도 하고. 물론 픽사 입장에서야 아쉬운 결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튼 감동 받으면서 재밌게 잘 봤다.
 
 

반응형
728x90

DC 유니버스 리부트 전 마지막 영화이자, 시사회 때 부터 호평일색으로 많은 기대감을 불러 모았던 플래시. 

현 시점에서는 흥행이 상당히 꺾여버려서 기대 이하의 흥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단 나쁘지 않게 봤다. 아니 재밌게 봤다 그냥. 자세히 쓰기에 앞서서 나는 기존 DC 영화들을 거의 안 본 상태로 봤고, 맨 오브 스틸이나 팀버튼 감독의 배트맨도 플래시 선관람 후에 찾아봤음을 알린다. (우선 말하지만 알면 좋고, 모른다고 이해 못 할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플래시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긴급한 호출을 받고 시민들을 구하러 가는 장면이다. 기존의 팀업 무비를 안 본 입장에서도 플래시 본체의 어리숙한 성격과, 플래시의 능력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굉장히 지능적인 씬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아기 구하는 씬의 CG는 개인적으로 진짜 최악이었다. 이 영화는 유독 CG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뭐 CG가 특출난 영화라고는 생각 안하더라도 별 거부감 없이 봤다. 딱 이 아기 구하는 장면만 빼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시간을 돌이킬 수 있음을 깨달은 플래시는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구하려한다. 또한 이를 결심화는 과정에서 배트맨과 상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플래시와 배트맨 둘 다 부모를 억울하게 잃은 캐릭터지만 과거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미리 살짝 보여준다. 

 

결국 과거로 돌아간 플래시는 과거를 바꾸는 데는 성공하지만 의문의 실루엣에 의해 중간 시점에 빠져버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 때 당시의 배리 앨런과 대면하게 되고,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도 시작된다. 연기에 대해서 엄청난 선구안은 없지만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은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두 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도 잘 드러났고. 배우 이슈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를 기용했던 게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보통 이런 과거를 바꾸려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도 나비효과로 인해 세계가 변하게 되는데 가장 큰 변화가 봐로 배트맨이었다. 조드 장군의 습격에도 아쿠아맨, 원더 우먼 등등 여타 다른 히어로들이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플래시는 마지막 희망으로 배트맨을 찾으러 가는데 그곳에는 밴 에플렉이 아니라 마이클 키튼 배트맨이 있었다. 상기했듯이 나는 마이클 키튼 배트맨에 대한 큭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 굉장히 감탄스러운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기존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이와 동시에 백투더 퓨처의 배역 변경 일화도 언급하면서 농담화 하는 것도 굉장히 위트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후 이런저런 일이 있고 슈퍼걸, 배트맨, 그리고 두 명의 플래시가 최종 결전에 들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플래시 드라마도 전혀 안 본 상황에서, '속도가 빠른 히어로'의 단독 영화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었다. 속도 빠른 히어로야 당장 마블에도 퀵실버가 있고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지만, 팀업 무비 용 능력이지 단독 영화로 액션 씬을 뽑아내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거든. 플래시의 능력은 적진에 가장 빨리 뛰어 들어서, 다수의 적을 화려하게 휘어 잡는 역할일 때 가장 적합하지, 1대 1 상황에서는 결국 원래도 나보다 약한 적에게만 유효타를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붙잡으면 그만인 걸. 빨리 치고 빠진다는 액션 자체가 거기에 당한다면 상대가 포스 없어지기 마련이다. 아니 쟤가 진짜 강하다면 한 번은 잡아챘을텐데 싶을 거거든. 그런데 단독 영화라면 결국 종반에는 메인 빌런과 싸우게 될 테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는 빌런과의 사투가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조드는 슈퍼걸이 맡기도 했고. 플래시는 이 세계에서 슈퍼걸과 배트맨의 패배는 확정적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부모님을 구하지 않은 세계로 다시 바꾸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서사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도 했고, 두 플래시의 의견 대립으로 이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 했지만, 다크 플래시가 너무 어이 없게 소모된 것 같다는 아쉬움은 들었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결심하고, 엄마와 눈물의 대화를 해놓고 도대체 왜 통조림의 위치를 바꾸는지(..)는 솔직히 잘 이해가 안갔다. 아니 뭐 어차피 이제 리부트 될 거고 '가족 영화적인 훈훈한 마무리' + '조지 클루니의 등장으로 배우 유머의 마무리'라는 장면의 의미는 충분히 알겠고 그냥 가볍게 일종의 쿠키 영상으로 보긴 했는데 그래도 안 바꾸겠다고 눈물의 결심해놓고 바로 바꾸는 건 좀 웃겼다.

 

 뭐 아무튼간에 영화는 재밌었다. 어차피 리부트 할 건데 뭐라는 마음으로 안 보고 넘기기에는 좀 많이 아쉬울 영화. 표 값은 충분히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리부트 된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 올라갔고. 

반응형
728x90

현재 역대급 흥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범죄 도시 3.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일단 재밌게 봤고, 충분히 좋은 팝콘 무비라고 생각하지만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고 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엇갈린 평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도 이 영화의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들을 하나하나 꼽아 보고자 한다.

 

1. 성공적인 대중성과 웃음 코드

 - 범죄도시 2 흥행 성공의 영향일까, 이번 작은 이때까지의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인 노선을 따르고 있다. 특유의 잔인함도 확실히 좀 순해졌고(없다는 건 아니다), 코미디 장면도 상당히 늘었다. 타율도 높다고 생각하고. 다 떠나서 오락 영화라는 목적성을 놓고 봤을 때 이번 작은 확실히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의 느와르적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선호의 차이일 뿐이지 실패한 노선 변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새로운 구도

 - 이번 작의 가장 큰 변경점은 빌런이 두 명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작은 전체적으로 삼중구도를 가져가고있다. 마석도와 리키, 그리고 주성철. 잔인하고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강조된 기존의 빌런과는 달리 이번 작의 빌런은 홍보 때 부터 '지능캐'임을 강조하고 있고, 세력을 하나 늘림으로서 새로운 스토리 구조를 꾀한다. 8편까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려 한 점은 굉장히 칭찬할만 하다. 아무리 흥행 공식으로 자리잡았다지만 그것만 계속하면 매너리즘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이 구조를 잘 살렸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기에는 또 조금 어렵다.

 

3. 3중 구도?

 - 물론 서사에 정해진 답이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삼중 구도를 가져간다면 그 이점을 확실히 살릴 필요가 있다. 일단 어쩔 수 없이 캐릭터에게 힘이 분산되면서 잃는 부분이 생긱기 마련이니까.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건 실패한 선택이겠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삼중 구도라면 당연히 이들의 관계성이 물고 물리는 관계이면서, 절대적인 강자도 약자도 없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권력 구도도 바뀌고, 필요에 따라서는 남은 둘이 일시적으로 공조하기도 하고.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번 작의 구도는 너무 단순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준혁 캐릭터는 마석도에게나 리키에게나 질 것만 같은 절대적 약자로 밖에 안보이고, 리키랑 마석도는 솔직히 함정에 빠져서 막판이 되어서야 대립하게 됐을 뿐이지 별로 관계성도 없었다. 구도가 이런 식이니 장점은 안 남고 그냥 캐릭터가 양쪽 다 약해지는 결과만 남아버렸다.

 

 사실 본작에는 마약 20kg 이라는 이 구도를 효과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도 존재했다. 마약이 이야기 내에서 세력 사이에서 뺏고 뺏기는 구도를 좀 더 잘 만들어 줬다면 더 매력적인 스토리와 인물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범죄도시는 빌런의 강렬함이 정말 큰 무기이자 화제거리였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은 확실히 좀 아쉬웠다.

 

4. 지능캐?

 - 이준혁이 지능캐인 건 사실이다. 일단 그가 사실은 경찰이었다는 설정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처음 대면 장면에서는 실제로 아 이거 재밌겠는데 싶었고. 끝까지 간다의 대면씬까지는 못 하겠지만 0.7 끝까지 간다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내에서 이들이 마약반이라는 설정이 딱히 잘 활용되지 못했다. 차라리 이들이 이 지위를 통해 약을 탈취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의심도 심어주었다면 좀 더 재밌는 구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의심을 산 이유도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제발 저려서 수상하게 행동한데다가 경찰이라는 설정을 딱히 잘 활용한 것 같지가 않았다.

 

 이준혁이 극중에서 지능캐의 모습을 뽐내는 장면은 크게 2개다. 초반에 히로시에게 애초부터 미행을 붙여서 약을 가져가는 장면, 그리고 최후반에 리키와 마석도 양쪽을 다 속여서 붙인 다음 본인은 약을 다시 가져가는 장면. 둘 다 뭐 지능캐의 모습이 맞긴 한데.. 솔직히 크게 임팩트가 없다.

 

 처음에 취득한 약은 토모에게 맥없이 뒷통수 맞아서 잃어버렸고, 숨긴 약을 먼저 찾지도 못했다. (아니 뭐 뺏길 수는 있는데 너무 어쩔 줄 몰라해서 좀 그랬다..) 마지막 함정도 사실 영화의 중반에 나와서 좀 확실하게 양 측에 유효타를 날릴 수 있었다면 충분히 임팩트있는 장면이 되었을 거 같은데 그냥 막판에 마석도가 일망타진할 시점이 되어서야 이런 장면이 나와버려서 리키 세력과 마석도를 대면시킨다는 서사적 기능 외에는 큰 의미 없이 넘어가 버렸다. 심지어는 가방에 추적기가 있았던 데다가, 곧바로 도망가려고 마지막으로 돈 챙기러 갔다가 잡히는 걸로 끝나버리니 이건 뭐 끝까지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를 못했다. 이렇게 멋지게 활약하는 장면을 안 줘버리니까 마지막 함정이 성공했을 때도 '아 똑똑하네'가 아니라 '그래 애썼네'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이준혁을 최종 보스로 설정을 했다면, 함정을 파서 위기를 만드는 장면도 좀 더 일찍 내보내고 최소한 리키 세력은 이준혁이 잡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시종일관 우위에 선 적도 없었고 위기 상황도 뭔가 자기가 다 자초한 느낌이라 좀 그랬다. 지능캐는 사실 매력이 다인데 스토리 내에서 매력을 뽐낼 기회가 사실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이번 작에서 지능캐적인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건 오히려 마석도였고(..) 

 

5. 그럼에도 불구하고

- 뭐 이런저런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흥행의 이유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 4가 나오더라도 보러 갈 것 같고.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범죄 도시만의 액션과 맛은 분명히 있고, 오락성도 확실히 진보했으니까. 다만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려면 한 번의 전환점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은 물론 성공이라기엔 좀 어렵지만 반가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한줄평: 여전히 강렬한 아는 맛

별점: ⭐⭐⭐🌟 (3.5/5.0)

반응형
728x90

스포츠 영화는 원래도 주류였긴 하지만, 올해 한국 영화에는 유독 더 스포츠 영화가 많았다. 

농구의 리바운드, 복싱의 카운트, 축구의 드림 등등. 

카운트를 제외하고는 다 봤지만, 사실 그렇게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스프린트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스포츠 영화는 본질적으로 그 온도가 뜨겁기 마련이다. 열정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가장 좋은 장르이고, 또한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다 보니 그 노력 하는 과정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또한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성취욕구를 자극게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감정적인 영화였고.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열정적인 스포츠 서사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스프린터는 일반적인 스포츠물과는 달리 굉장히 절제된, 담백한 연출을 이어간다. 

사실 초단위 승부인 단거리 달리기, 그것도 국가 대표 선발전이라는 소재는 감정적이기 쉬운데 놀랍도록 침착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심스러운 접근은 굉장히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같은 선발전에서, 같은 출발점에 선 세 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마음으로 달린다. 그들은 그러한 상황 앞에서 이러저러한 선택도 하고, 또한 각기 다른 결말을 맞는다.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복합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이러한 구도를 통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만약 이 영화가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노선을 택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남는 건 정호는 나쁜 짓 하다가 결국 잘못 됐고, 뭐 열심히 하니까 잘됐네. 준서랑 코치 모습 보면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뭐 그러고 끝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영화는 감정을 절제하면서 정호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코치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들은 결국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정호는 무조건 나쁜 사람인지, 이게 정말 모두에게 잘 된 결말인지, 우리는 끝까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리고 그 결과의 아주 아주 작은 일을 확인했을 뿐이다. 

 

영화도 결국 서술자가 있는 작품이다. 카메라와 편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또 하나 이 영화으 훌륭한 점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법에 있었다.

 

사실 드림과 리바운드를 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캐릭터들에게 딱히 정이 안 가는 상태에서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맞이했다는 점이다. 그들이나 이 영화나 선수들 개개인에게 서사를 부여해주고 마지막에 터뜨리는 구조는 동일하지만, 그 완성도에서 꽤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종목 자체가 다르기에 주요 인물 수부터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을 배제하더라도 스프린터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요 인물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러닝타임 자체도 그리 길지 않은데도 짧은 시간동안 굉장히 효과적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보여준다. 

 

스프린터는 군더더기 없는 장면들과 서사를, 안정적이고 침착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훌륭한 영화였고, 연출의 온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줄평: 담백함의 미학.

별점: ⭐⭐⭐⭐ (4.0 / 5.0)

 

반응형
728x90

 요즘은 약 한 달 단위로 상영 스케줄을 봐두고 대충 볼 만한 영화들을 정해두는데, 롱디는 영화관에서 예고를 본 이후로 꽤 기대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서치 시리즈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는 점이었다. 스크린 라이프 장르라고 불리는 기법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에서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할 만한 이유로 충분했다. 물론 이러한 기법은 서치 시리즈의 훌륭한 성취 중 하나일 뿐이고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책임져주지는 않겠지만, 스크린 라이프로 로맨스 장르를 다루는 것은 또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로맨스 장르를 안 본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점도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영화를 오늘 보고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또한 군데군데 빛나는 부분도 있었던, 장단점이 확실한 영화였다.

 

# 01. 스크린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

 

 일단 기본적으로 스크린 라이프 기법 자체는 꽤 훌륭했다. 스크린 상에서 화면이 지나가는 동안 딱 적당한 정도의 정보량이 다뤄졌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첫째로 작중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매체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 작중의 유튜브 영상의 감성이나 퀄리티도  그렇고 현실의 그것과 동떨어진 채팅이나 댓글도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참 묘하게도 이러한 문제점은 지금 같이 상영관에 걸려있는 드림에도 등장한다)

 솔직히 말해 서치에서의 이런 부분이 얼마나 철저하게 만들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자기네들의 SNS고 자기네들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 그러나 장르적 특성상 한국인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아니 누가 저렇게 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이건 상당히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성 수치가 굉장히 자극됨을 느꼈다. 물론 이런 부분에서 고증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고, 대부분의 시간이 주인공의 감정선 쫓기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는 꽤 치명적인 결점이다. 

 

 또한 로맨스라는 장르에 있어서의 결합이라는 지점도 꽤 극명한 장단점이 나타난다. 사실 로맨스 영화는 관객 본인의 기억을 끄집어 내서 감정 이입 시키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맨스와 스크린 라이프의 조합은 꽤 강력한 효과를 준다. 이 영화의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는 모두 일상적인 부분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이 조합은 분명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맨스 장르라서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확실히 한정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치의 경우 스릴러 영화고, 영화 내의 목적 자체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녹여내는 것이 수월하고, 또한 영화 내내 기법의 신선함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롱디의 경우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굉장히 한정적이고, 또한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영화 내내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구조를 취하는 것도 애로사항이 많다. 물론 영화 막판에는 도하가 맥북과 핸드폰을 이용해 진상을 찾긴 하지만, 그 정도 이상의 접근을 취해버리면 서치의 경우와는 달리 그저 집착남이 되어버릴 뿐이라 영화를 관통하는 목적 의식을 만들어 넣기가 어려워보였다. 따라서 영화의 몰입도도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왜 굳이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모든 영화 속 장면이 컴퓨터 화면으로 이루어져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중간중간 아니 저걸 저런 식으로 처리해버린다고? 싶은 부분들도 많았다. 이 또한 이용 가능한 기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02. 서사

 

 개연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러운 일이다. 일단 사람마다 기준이나 생각도 다를테고,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다른 어떤 기준보다 우선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개연성은 다소 의문스럽다. 저들의 감정선을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중간 중간 들어간 장면들이 하나 같이 좀 작위적이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임스 캐릭터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도 있긴 하겠지만 나오는 족족 과했다. 나름대로 매력은 있는 캐릭터 같지만 이 영화에 들어가는 건 역시 좀 그랬다. 상기했듯이 이 영화는 몰입도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03. 온라인. 오프라인.

 

 결국 둘의 만남도, 오해가 풀려 봉합되는 장면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상기했듯이 로맨스 장르에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조합이 의미있었다 생각하는 이유는 결국 이러한 커플들이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개연성 부분은 잠시 차치하고, 그 관계성만 두고 볼 때) 

 이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공유한다. SNS에서도 커플을 전혀 숨기지 않고, 통화으 대부분은 영상 통화고, 심지어는 아예 공유 폴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그들은 도저히 오해와 갈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도 있었다.

 

 결국은 오프라인. 여전히 사람간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대화라는 것.

 

 

# 04. 총평

 

 글의 대부분이 비판이 된 모양새지만,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 말했듯이 장단점이 확실한 영화고, 시도는 좋았다라고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래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한동안 생각나지 않겠지만, 또 살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생각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영화.

 


관람일 : 2023.05.11 (목)

한줄 평 : 몰입도가 가장 중요한 영화에서의 자책골 남발. 

별점 : ⭐⭐🌟 (2.5 / 5)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