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유니버스 리부트 전 마지막 영화이자, 시사회 때 부터 호평일색으로 많은 기대감을 불러 모았던 플래시.
현 시점에서는 흥행이 상당히 꺾여버려서 기대 이하의 흥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단 나쁘지 않게 봤다. 아니 재밌게 봤다 그냥. 자세히 쓰기에 앞서서 나는 기존 DC 영화들을 거의 안 본 상태로 봤고, 맨 오브 스틸이나 팀버튼 감독의 배트맨도 플래시 선관람 후에 찾아봤음을 알린다. (우선 말하지만 알면 좋고, 모른다고 이해 못 할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플래시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긴급한 호출을 받고 시민들을 구하러 가는 장면이다. 기존의 팀업 무비를 안 본 입장에서도 플래시 본체의 어리숙한 성격과, 플래시의 능력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굉장히 지능적인 씬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아기 구하는 씬의 CG는 개인적으로 진짜 최악이었다. 이 영화는 유독 CG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뭐 CG가 특출난 영화라고는 생각 안하더라도 별 거부감 없이 봤다. 딱 이 아기 구하는 장면만 빼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시간을 돌이킬 수 있음을 깨달은 플래시는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구하려한다. 또한 이를 결심화는 과정에서 배트맨과 상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플래시와 배트맨 둘 다 부모를 억울하게 잃은 캐릭터지만 과거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미리 살짝 보여준다.
결국 과거로 돌아간 플래시는 과거를 바꾸는 데는 성공하지만 의문의 실루엣에 의해 중간 시점에 빠져버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 때 당시의 배리 앨런과 대면하게 되고,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도 시작된다. 연기에 대해서 엄청난 선구안은 없지만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은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두 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도 잘 드러났고. 배우 이슈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를 기용했던 게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보통 이런 과거를 바꾸려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도 나비효과로 인해 세계가 변하게 되는데 가장 큰 변화가 봐로 배트맨이었다. 조드 장군의 습격에도 아쿠아맨, 원더 우먼 등등 여타 다른 히어로들이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플래시는 마지막 희망으로 배트맨을 찾으러 가는데 그곳에는 밴 에플렉이 아니라 마이클 키튼 배트맨이 있었다. 상기했듯이 나는 마이클 키튼 배트맨에 대한 큭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 굉장히 감탄스러운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기존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이와 동시에 백투더 퓨처의 배역 변경 일화도 언급하면서 농담화 하는 것도 굉장히 위트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후 이런저런 일이 있고 슈퍼걸, 배트맨, 그리고 두 명의 플래시가 최종 결전에 들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플래시 드라마도 전혀 안 본 상황에서, '속도가 빠른 히어로'의 단독 영화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었다. 속도 빠른 히어로야 당장 마블에도 퀵실버가 있고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지만, 팀업 무비 용 능력이지 단독 영화로 액션 씬을 뽑아내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거든. 플래시의 능력은 적진에 가장 빨리 뛰어 들어서, 다수의 적을 화려하게 휘어 잡는 역할일 때 가장 적합하지, 1대 1 상황에서는 결국 원래도 나보다 약한 적에게만 유효타를 날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붙잡으면 그만인 걸. 빨리 치고 빠진다는 액션 자체가 거기에 당한다면 상대가 포스 없어지기 마련이다. 아니 쟤가 진짜 강하다면 한 번은 잡아챘을텐데 싶을 거거든. 그런데 단독 영화라면 결국 종반에는 메인 빌런과 싸우게 될 테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는 빌런과의 사투가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조드는 슈퍼걸이 맡기도 했고. 플래시는 이 세계에서 슈퍼걸과 배트맨의 패배는 확정적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부모님을 구하지 않은 세계로 다시 바꾸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런 서사 자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도 했고, 두 플래시의 의견 대립으로 이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 했지만, 다크 플래시가 너무 어이 없게 소모된 것 같다는 아쉬움은 들었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지 않기로 결심하고, 엄마와 눈물의 대화를 해놓고 도대체 왜 통조림의 위치를 바꾸는지(..)는 솔직히 잘 이해가 안갔다. 아니 뭐 어차피 이제 리부트 될 거고 '가족 영화적인 훈훈한 마무리' + '조지 클루니의 등장으로 배우 유머의 마무리'라는 장면의 의미는 충분히 알겠고 그냥 가볍게 일종의 쿠키 영상으로 보긴 했는데 그래도 안 바꾸겠다고 눈물의 결심해놓고 바로 바꾸는 건 좀 웃겼다.
뭐 아무튼간에 영화는 재밌었다. 어차피 리부트 할 건데 뭐라는 마음으로 안 보고 넘기기에는 좀 많이 아쉬울 영화. 표 값은 충분히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리부트 된 유니버스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 올라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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