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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약 한 달 단위로 상영 스케줄을 봐두고 대충 볼 만한 영화들을 정해두는데, 롱디는 영화관에서 예고를 본 이후로 꽤 기대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서치 시리즈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는 점이었다. 스크린 라이프 장르라고 불리는 기법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에서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할 만한 이유로 충분했다. 물론 이러한 기법은 서치 시리즈의 훌륭한 성취 중 하나일 뿐이고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책임져주지는 않겠지만, 스크린 라이프로 로맨스 장르를 다루는 것은 또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꼭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로맨스 장르를 안 본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점도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영화를 오늘 보고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또한 군데군데 빛나는 부분도 있었던, 장단점이 확실한 영화였다.

 

# 01. 스크린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

 

 일단 기본적으로 스크린 라이프 기법 자체는 꽤 훌륭했다. 스크린 상에서 화면이 지나가는 동안 딱 적당한 정도의 정보량이 다뤄졌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는데, 첫째로 작중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매체 중 하나가 유튜브인데 작중의 유튜브 영상의 감성이나 퀄리티도  그렇고 현실의 그것과 동떨어진 채팅이나 댓글도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참 묘하게도 이러한 문제점은 지금 같이 상영관에 걸려있는 드림에도 등장한다)

 솔직히 말해 서치에서의 이런 부분이 얼마나 철저하게 만들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자기네들의 SNS고 자기네들의 문화가 있는 거니까. 그러나 장르적 특성상 한국인이 이 영화를 봤을 때 '아니 누가 저렇게 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이건 상당히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성 수치가 굉장히 자극됨을 느꼈다. 물론 이런 부분에서 고증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고, 대부분의 시간이 주인공의 감정선 쫓기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는 꽤 치명적인 결점이다. 

 

 또한 로맨스라는 장르에 있어서의 결합이라는 지점도 꽤 극명한 장단점이 나타난다. 사실 로맨스 영화는 관객 본인의 기억을 끄집어 내서 감정 이입 시키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맨스와 스크린 라이프의 조합은 꽤 강력한 효과를 준다. 이 영화의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는 모두 일상적인 부분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이 조합은 분명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맨스 장르라서 이용할 수 있는 매체가 확실히 한정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치의 경우 스릴러 영화고, 영화 내의 목적 자체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녹여내는 것이 수월하고, 또한 영화 내내 기법의 신선함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롱디의 경우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굉장히 한정적이고, 또한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영화 내내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구조를 취하는 것도 애로사항이 많다. 물론 영화 막판에는 도하가 맥북과 핸드폰을 이용해 진상을 찾긴 하지만, 그 정도 이상의 접근을 취해버리면 서치의 경우와는 달리 그저 집착남이 되어버릴 뿐이라 영화를 관통하는 목적 의식을 만들어 넣기가 어려워보였다. 따라서 영화의 몰입도도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왜 굳이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모든 영화 속 장면이 컴퓨터 화면으로 이루어져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중간중간 아니 저걸 저런 식으로 처리해버린다고? 싶은 부분들도 많았다. 이 또한 이용 가능한 기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02. 서사

 

 개연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러운 일이다. 일단 사람마다 기준이나 생각도 다를테고,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다른 어떤 기준보다 우선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개연성은 다소 의문스럽다. 저들의 감정선을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중간 중간 들어간 장면들이 하나 같이 좀 작위적이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임스 캐릭터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도 있긴 하겠지만 나오는 족족 과했다. 나름대로 매력은 있는 캐릭터 같지만 이 영화에 들어가는 건 역시 좀 그랬다. 상기했듯이 이 영화는 몰입도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03. 온라인. 오프라인.

 

 결국 둘의 만남도, 오해가 풀려 봉합되는 장면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상기했듯이 로맨스 장르에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조합이 의미있었다 생각하는 이유는 결국 이러한 커플들이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개연성 부분은 잠시 차치하고, 그 관계성만 두고 볼 때) 

 이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공유한다. SNS에서도 커플을 전혀 숨기지 않고, 통화으 대부분은 영상 통화고, 심지어는 아예 공유 폴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그들은 도저히 오해와 갈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도 있었다.

 

 결국은 오프라인. 여전히 사람간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대화라는 것.

 

 

# 04. 총평

 

 글의 대부분이 비판이 된 모양새지만,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 말했듯이 장단점이 확실한 영화고, 시도는 좋았다라고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래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한동안 생각나지 않겠지만, 또 살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생각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영화.

 


관람일 : 2023.05.11 (목)

한줄 평 : 몰입도가 가장 중요한 영화에서의 자책골 남발. 

별점 : ⭐⭐🌟 (2.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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