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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재선 감독의 잠을 보고왔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으로 알음알음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시사회에서의 연이은 호평과 봉준호 감독이 모더레이터로 참석한 GV로 또 한 번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다. 나로서도 어느샌가 기대작 리스트에 올려놓게 되었고, 거의 개봉하자 마자 달려가서 관람했다.

 

 언제나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좋은 부분이 너무 확실한 영화였다. 시사회 평에서 '현실적인 공포'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실제로 이 영화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낸다. 심각한 수준의 몽유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그와 함께 거주하며 점점 미쳐가는 그의 아내.영화는 이 두명에 거의 모든 초점을맞추면서 거침 없이 진행된다. 관객의 심리적인 부분을 시종일관 자극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인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꽤나 섬세하게 잘 다듬어진 연출도 이에 한 몫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연출의 힘에 대해 통감하고 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런 의미에서 초중반의 연출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적 역할에만 100% 치중한 영화가 아니라, 극 중에서 아내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섬세한 묘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영화의 러닝타임도 꽤 짧은 축에 속하고, 굳이 요약을 하려 한다면 '몽유병에 걸린 남편과 아내가 고통을 겪는 이야기'로 간결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영화를 처음부터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는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기이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서서히 실질적인 공포가 되어가면서 나중에는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연결되고, 오컬트적인 소재까지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그 과정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굉장히 거침 없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차곡차곡 쌓아 온 심리적인 갈등이 완전히 폭발하게 되는 결말부까지 가게 되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사실상 이 엔딩을 위해 달려 온 셈이다. 공들여 쌓은 탑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장면인데다가 사실상 의도적으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엔딩이기 때문에 호불호는 다소 갈릴 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이선균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는 엔딩씬은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선균의 극 중 직업이 배우라는 설정 역시 후반부에 와서 자연스럽게 연상된다는 것도 참 좋았고.

 

최근 소위 말하는 빅4 영화를 포함해 국내 영화를 좀 많이 보게 됐는데, [잠]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눈에 띄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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