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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의 조합으로 시작부터 꽤나 관심을 받았던 영화. 

이후 칸에서 각본상도 받고, 일본 개봉 당시 평도 좋았으니 나로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운 좋게 시사회에 당첨되어 지난주에 보고왔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시사회를 꽤나 공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회만으로 관객수 집계가 상당하던데?) 영화는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올해 최고의 영화. 연기도 연출도, 그리고 각본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좋았다.

 

 이야기는 총 3막 구조로 되어있다. 그리고 영화의 메인이 되는 며칠간의 사건을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훑는다. 1부에서는 어머니의 시선, 2부에서는 호리 선생의 시선, 3부에서는 아이들의 시선. 이 문제의 며칠간은 정말이지 의문스러운 일로 가득하다. 원래도 한 사람의 시선만 따라간다면 각종 왜곡/오인/정보 비대칭에 시달릴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이 영화의 사건은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영화 내내 각종 '소문'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소문의 일부는 실은 거짓말이고, 또 일부는 오해가 섞여 있고, 또 어떤 건 사실이다. 

 

 그러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수많은 물음표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서사에서 물음표는 관객을 집중시키는 데 있어 탁월하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저 말은 진실인가?', '저 사람은 왜 저러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서사에서 '물음표'는 곧 '몰입감'이다. 혼란스런 상황과 곳곳에 가득찬 위화감은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철저하게 특정 인물의 시점을 따라간다는 것도 몰입감을 더 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각 부마다 사실상 1인칭으로 진행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도 당연히 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의문스러운 사건을, 우리는 한정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두 요소의 시너지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괴물 찾기'를 유도한다. 1부에서의 어머니와 2부의 호리 선생의 입장은 정말이지 참담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그것도 갑자기 터져버리면서 그들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그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어간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이 영화의 제목처럼 괴물로 보인다. 1부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선생님들은 어떠한가? 그리고 2부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어머니와 미나토는 어떠한가? 영화는 자꾸만 타자를 더욱더 타자화시킨다. 

 

 그러나 3부에서의 우리는 어떤가? 드디어 아이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돌이켜 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고 만다. 오히려 괴물은 우리였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괴물은 없었다. 그저 어긋남들이 있었을 뿐. 어머니의 소박히고 따뜻한 기대는 미나토를 무너뜨렸다. 어린 미나토에게는 너무나 혼란스러운 감정은 또한 미나토와 호리 선생 사이도 어긋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중 그 누구도 악의를 품은 이는 없다. 그저 오해 속에 조금 어긋나 버렸을 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정말로 합리적인 사람이고, 선한 사람이 맞나? 타인들 입장에서도?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무심코 누군가를 재단해 버린다거나, 혹은 반대로 괴물로 규정되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미나토나 요리처럼 스스로가 괴물인가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지나온 인생도 그러한 일들의 반복이었겠지. 

 

 특히나 요즘같은 파편화와 타자화의 세상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묵직하다. 결국 이 잔혹한 영화조차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었음을. 마지막에 아이들을 비추는 그 빛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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