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역대급 흥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범죄 도시 3.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일단 재밌게 봤고, 충분히 좋은 팝콘 무비라고 생각하지만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고 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엇갈린 평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도 이 영화의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들을 하나하나 꼽아 보고자 한다.
1. 성공적인 대중성과 웃음 코드
- 범죄도시 2 흥행 성공의 영향일까, 이번 작은 이때까지의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인 노선을 따르고 있다. 특유의 잔인함도 확실히 좀 순해졌고(없다는 건 아니다), 코미디 장면도 상당히 늘었다. 타율도 높다고 생각하고. 다 떠나서 오락 영화라는 목적성을 놓고 봤을 때 이번 작은 확실히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의 느와르적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선호의 차이일 뿐이지 실패한 노선 변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새로운 구도
- 이번 작의 가장 큰 변경점은 빌런이 두 명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작은 전체적으로 삼중구도를 가져가고있다. 마석도와 리키, 그리고 주성철. 잔인하고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강조된 기존의 빌런과는 달리 이번 작의 빌런은 홍보 때 부터 '지능캐'임을 강조하고 있고, 세력을 하나 늘림으로서 새로운 스토리 구조를 꾀한다. 8편까지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려 한 점은 굉장히 칭찬할만 하다. 아무리 흥행 공식으로 자리잡았다지만 그것만 계속하면 매너리즘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이 구조를 잘 살렸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기에는 또 조금 어렵다.
3. 3중 구도?
- 물론 서사에 정해진 답이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삼중 구도를 가져간다면 그 이점을 확실히 살릴 필요가 있다. 일단 어쩔 수 없이 캐릭터에게 힘이 분산되면서 잃는 부분이 생긱기 마련이니까.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건 실패한 선택이겠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삼중 구도라면 당연히 이들의 관계성이 물고 물리는 관계이면서, 절대적인 강자도 약자도 없는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권력 구도도 바뀌고, 필요에 따라서는 남은 둘이 일시적으로 공조하기도 하고.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번 작의 구도는 너무 단순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준혁 캐릭터는 마석도에게나 리키에게나 질 것만 같은 절대적 약자로 밖에 안보이고, 리키랑 마석도는 솔직히 함정에 빠져서 막판이 되어서야 대립하게 됐을 뿐이지 별로 관계성도 없었다. 구도가 이런 식이니 장점은 안 남고 그냥 캐릭터가 양쪽 다 약해지는 결과만 남아버렸다.
사실 본작에는 마약 20kg 이라는 이 구도를 효과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도 존재했다. 마약이 이야기 내에서 세력 사이에서 뺏고 뺏기는 구도를 좀 더 잘 만들어 줬다면 더 매력적인 스토리와 인물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범죄도시는 빌런의 강렬함이 정말 큰 무기이자 화제거리였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은 확실히 좀 아쉬웠다.
4. 지능캐?
- 이준혁이 지능캐인 건 사실이다. 일단 그가 사실은 경찰이었다는 설정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처음 대면 장면에서는 실제로 아 이거 재밌겠는데 싶었고. 끝까지 간다의 대면씬까지는 못 하겠지만 0.7 끝까지 간다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내에서 이들이 마약반이라는 설정이 딱히 잘 활용되지 못했다. 차라리 이들이 이 지위를 통해 약을 탈취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의심도 심어주었다면 좀 더 재밌는 구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의심을 산 이유도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제발 저려서 수상하게 행동한데다가 경찰이라는 설정을 딱히 잘 활용한 것 같지가 않았다.
이준혁이 극중에서 지능캐의 모습을 뽐내는 장면은 크게 2개다. 초반에 히로시에게 애초부터 미행을 붙여서 약을 가져가는 장면, 그리고 최후반에 리키와 마석도 양쪽을 다 속여서 붙인 다음 본인은 약을 다시 가져가는 장면. 둘 다 뭐 지능캐의 모습이 맞긴 한데.. 솔직히 크게 임팩트가 없다.
처음에 취득한 약은 토모에게 맥없이 뒷통수 맞아서 잃어버렸고, 숨긴 약을 먼저 찾지도 못했다. (아니 뭐 뺏길 수는 있는데 너무 어쩔 줄 몰라해서 좀 그랬다..) 마지막 함정도 사실 영화의 중반에 나와서 좀 확실하게 양 측에 유효타를 날릴 수 있었다면 충분히 임팩트있는 장면이 되었을 거 같은데 그냥 막판에 마석도가 일망타진할 시점이 되어서야 이런 장면이 나와버려서 리키 세력과 마석도를 대면시킨다는 서사적 기능 외에는 큰 의미 없이 넘어가 버렸다. 심지어는 가방에 추적기가 있았던 데다가, 곧바로 도망가려고 마지막으로 돈 챙기러 갔다가 잡히는 걸로 끝나버리니 이건 뭐 끝까지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를 못했다. 이렇게 멋지게 활약하는 장면을 안 줘버리니까 마지막 함정이 성공했을 때도 '아 똑똑하네'가 아니라 '그래 애썼네'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이준혁을 최종 보스로 설정을 했다면, 함정을 파서 위기를 만드는 장면도 좀 더 일찍 내보내고 최소한 리키 세력은 이준혁이 잡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시종일관 우위에 선 적도 없었고 위기 상황도 뭔가 자기가 다 자초한 느낌이라 좀 그랬다. 지능캐는 사실 매력이 다인데 스토리 내에서 매력을 뽐낼 기회가 사실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이번 작에서 지능캐적인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건 오히려 마석도였고(..)
5. 그럼에도 불구하고
- 뭐 이런저런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흥행의 이유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아마 4가 나오더라도 보러 갈 것 같고. 마동석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범죄 도시만의 액션과 맛은 분명히 있고, 오락성도 확실히 진보했으니까. 다만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려면 한 번의 전환점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은 물론 성공이라기엔 좀 어렵지만 반가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한줄평: 여전히 강렬한 아는 맛
별점: ⭐⭐⭐🌟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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