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록/예능 프로그램

더 타임 호텔 (2023) / 아쉬운 용두사미

Seongwon32 2023. 5. 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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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타임 호텔이 종영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마지막 회차까지 모두 업로드되었다.

 나는 두뇌 서바이벌류 프로그램을 정말로 좋아하고, 항상 갈증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호기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 했고, 초반에는 오 오랜만에 수작이 나왔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꽤 기대하면서 한 주 한 주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회차가 지나면 지날수록 아쉬운 부분들이 점점 생겨났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끝난 지금은 다소 복합적인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1. 기본 설정

 

 ➕ 기본적으로 더 타임 호텔의 차별화 지점은 영화 인 타임처럼 시간이 화폐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남은 시간을 재화로 이용한다. 남은 시간이 00:00이 되면 자동으로 탈락자가 되고, 최종 우승자가 되었을 때는 남은 시간을 상금으로 바꿔준다. 사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는 의무적으로 허울 뿐인 차별화 포인트를 도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더 타임 호텔의 경우에는 꽤나 그 컨셉에 충실하다. 첫 회에서는 실제로 탈락자를 시간 소진으로 정하기도 했고, 중간에 물가 변동을 만든다든지 VIP 룰을 통해 소비를 유도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이를 계속해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으로는 꽤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일단 첫회, 그리고 의도치않게 시간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6회 이렇게 두 라운드를 제외하고는 결국 이 남은 시간이 탈락자 선정에 기여하는 일은 없었기에 점점 여느 프로그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졌고, 또한 소비는 엄청나게 시키면서 주기는 또 짜게 줘서 최종 상금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나마 존박이 우승해서 체면 치레한거지 황이나 홍이 우승했다면 거의 역대 최저 상금을 기록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템을 파는 것 까지는 상관 없다지만 어떤 회차에는 어차피 다 사게 되는 아이템(타임 이즈 골드의 더블 핀)이나 벨류가 너무 떨어지는 아이템(사칙 연산 로또의 교체권 등)이 나오는 한편 어떤 회차에는 잔여 시간이 제일 많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엄청난 벨류를 가져가는 라운드 (온 앤 오프)가 혼재되어 있어서 시간의 가치를 잘 조절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아이템 판매만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갉아먹었다.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이점을 준다는 개념 자체는 훌륭하나 아이템에 있어서 시간의 가치가 제멋대로인 점, 아무리 생각해도 최종 상금이 제작진이 기존에 생각했을 수준과 크게 동떨어져있는 점 등을 보아 다소 조절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라운드 보상도 너무 적기도 하고. 

 물론 플레이어들이 소비를 많이 한 측면도 있지만 물가 조정이나 VIP룸으로 소비를 촉진시킨 것 역시 제작진의 통제하에 일어난 일이었으니 결국 이 또한 계산 실패로 보여진다.

 

 결국 매력적인 소재를 도입했으나 이를 통제하고 조금 더 게임에 잘 녹여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 결국 탈락자들이 적립하는 마일리지는 사실상 맥거핀으로 남았다. 패부가 있기야 했지만.. 

    하다못해 파이널 때 응원하는 사람에게 넘기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2. 괜찮은 캐릭터성

➕ 서바이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보면 플레이어 섭외다. 물론 제작진이 상황을 만들고 몰아가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플레이어들이 진심으로 게임에 임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실력있는 pd라도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더 타임 호텔은 섭외에 있어서 꽤 성공적이었다. 다들 게임에 진심으로 임했고, 캐릭터도 꽤 다양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얼굴 마담용으로 섭외한 홍진호를 제외하면 서바이벌 이미지가 있는 출연진이 없었다는 것도 시청하는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3. 지니어스 라이크

 

🟰 일단 깔고 가자면 나는 유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장르적 특성이라는 걸 꽤 넓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거의 관대하게 판단한다. 그러한 더 타임 호텔은 만드는 과정에서 지니어스를 굉장히 의식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그렇다고 뭘 따라했다는 건 얘기는 아니고 그저 좀 많이 의식했다는 거다. 게임들이야 둘 다 코리안 보드게임즈의 자문을 받아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기본 골자나 편집 스타일 등등 상당히 충실하게 그 유지를 이어받았다. 실제로 반응들을 살펴보면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고. (조금 웃프게도 방송 초기에 '역대 서바이벌 중에 제일 지니어스랑 비슷해서 재밌다'는 반응들이 왕왕 있었다.) 

 

4. 게임

 

➖ 게임에 대해서는 사실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1) 지나친 게임 재활용

 금은동 3번, 사칙 연산 로또 2번, 무제한 보석 경매 2번, 타임 이즈 골드 2번.

 사전 제작 프로그램에 한 개 시즌 진행하면서 너무 과하게 재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승전에 기존 데스매치 두 개, 메인 매치 하나는 재활용에 두 번째 할 때는 게스트 투입. 사실 이것도 철저하게 지니어스 시리즈의 문법을 따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지니어스 당시에도 재활용에는 싫은 소리 꽤 있었고 굳이 이런 부분까지 다시금 전철을 밟을 이유가 있었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니어스에서 게스트 포함 게임에서는 게스트들이 능동적인 플레이를 보여준다거나 아예 탈락자를 불러 인간 관계에 집중한다거나 하면서 실제로 차별화를 주는 데 성공했는데 타임 이즈 골드의 경우는 그렇게 뭐가 다르게 흘러가지도 않았을 뿐더러, 솔직히 타임 이즈 골드 자체가 두 번이나 할만큼 재밌는 게임이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서 본인들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지니어스와 동일한 게임 원작의 게임을 내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냈다. 사실 매니악한 장르다 보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니어스 시리즈도 봤을 텐데 그들 입장에서 카르마 9 이나 마약왕 게임은 결국 기시감이 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2) 고정 연합

 어떤 서바이벌이든 고정적인 연합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으로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러나 동시에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고착화된 연합 구도는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고, 실제로 이는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제작진이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엎치락뒤치락 때로는 연맹이 이기고 또 때로는 언더독이 이길 수 있는 판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더 타임 호텔은 결국 끝까지 이를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전승 가위바위보에서는 명백하게 반연합측의 실수로 작전 실패해버렸지만, 기본적으로 별로 이런 기회가 많지가 았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우선은 데스매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다수 연합 견제의 가장 쉬운 방법은 데스 매치 시스템이다. 우승자를 만들어도 결국은 연합 중 한 명은 데스 매치에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 이런 게 보장이 된다면 플레이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이런 저런 그림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더 타임호텔은 데스 매치 시스템이 있긴 하나 거의 있다 없다 제멋대로라서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둘째로 VIP 룸의 사전 정보 제공이 너무 컸다. 물론 재밌는 그림을 주긴 했고, 합숙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게임과 게임 사이에 뭔가 켄텐츠를 준다는 것 자체는 너무 좋지만 애초에 게임 룰을 아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하면 당연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그림을 만들기가 쉽지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게임 보상도 적으니 승리한 연합이 아니고서야 VIP 만들기도 어렵고. 그럼 계속 돌려먹기가 될 뿐이다.

 셋째. 위의 문제 제기를 하는데는 사실 조금 조심스러웠으나 7회의 카이로스 게임이 온 앤 오프였다는 건 그냥 100% 제작진이 안일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5명 남은 시점에, 심지어 한 번도 안 깨지고 쭉 가는 3인 연합이 있는 상태에서 저런 게임을 낸다? 솔직히 말해 이해하기 어렵다. 진작에 개인전 나오고도 남았을 시점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하다못해 원사이드 게임에서 견제를 이겨내는 그림이라도 만들어줘야 재밌을텐데 제작진은 딱히 이런 걸 만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자꾸 힘이 빠지지. 6회 이후로 계속 노잼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게 아님을..

 

(3) 결승전

 하루 4번이라는 점도 사실 조금 의아하긴 하지만 3인 결승이라는 개념 자체는 꽤 괜찮은 시도로 봐서 넘어가더라도, 그 4개의 게임이 너무 매력이 없다. 카르마 9, 금은동, 로또는 위에서 말한 재활용 혹은 기시감 드는 셀렉이었고, 유일한 새로운 게임인 블라인드 수식은 개인적으로 너무 별로였다.

 게임이 4개나 되니 만큼 여러 요소들을 넣고 싶었을 테고, 그러니 기억력 게임을 넣은 건 충분히 동의할만하지만 36칸짜리 판 두 개를 외우라고 시키는 건 너무 과하다. 이정도의 문제는 서바이벌에 거의 전례도 없고 그나마 81칸인 솟겜2에서도 그저 흑백만 있었고 사실 그건 다 외울 필요도 없었다.  아니 한 명이라도 거의 외워서 멋진 모습을 연출할 수 있도록 적당 선을 지켜야 하는데 중반 이후로는 다 못 외워서 운빨 게임 할게 뻔한 게임을 낸 것은 명백한 난이도 조절 실패라고 본다. 물론 황재성이 못했다는 건 아니고 충분히 이길만했지만, 좀 적정선에서 게임을 만들어서 누군가 명백하게 활약해서 이기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72칸짜리 기억력 문제를 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어디서 본 듯한 게임 3개와 거의 무의미해 보이는 게임 하나로 구성된 결승전은 정말이지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하루에 4판이나 하니 출연진들도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게임도 재미가 없고, 심지어는 상금도 쪼막만하다. 솔직히 뱀의 꼬리라는 표현도 조금 과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총평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고, 막판에 가서는 실제로 굉장히 재미없게 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볼만했다. 그러니까 아쉬운 소리도 정성들여 하는 거지. 엔딩에 시즌 2 떡밥을 보여 준 것 같은데, 만약 다음 시즌을 한다면 아마 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서바이벌 자체가 귀하다 보니 가려 먹는 입장이 아니기도 하고(..)  

상기한 단점들이 보완된다면 아마 또 다른 방향으로 재밌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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