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데블스 플랜 5~9회 후기

데블스 플랜의 2주차 후기.
역시 업로드 즉시 5회 연속으로 시청했다.
전체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주에 다루었으니 오늘은 게임별 코멘트 위주로 써볼 예정.
01. 3일차 메인 매치 [시크릿 넘버]
지니어스 3의 [체인 옥션]과 [과일 가게]를 합친 느낌의 게임.
믿을만한 인원들을 모은다면 5점까지는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5점을 받는다면 모두가 피스를 반납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소수 다수 연합이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불상사가 예상되는 상황. 모두가 정직하게 보수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도록 세팅된 게임. 이런 부분은 과일 가게와 비슷하다. 사실 이 때까지 게임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 사실상 숫자 맞히기는 허울이고 너 배신할래 안할래를 묻고 있다.
사실 소수연합 3인은 그냥 날먹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곽튜브의 생각처럼 아예 찢어져서 1위 만들어보는 플랜을 짤 수도 있었고, 그게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다들 피스가 2개 이상이었으니 5점 따기로 가고 들어 눕는 전략을 쓸 수도 있었다. 특히 후자는 사실상의 필승법인 것이, 만약 이 들이 우리는 5점 받고 끝이라고 선언한다면 피스 1개 인원이 많은 다수파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꼴이 되기 때문. 이로 인해 그들 사이에서 배신이 일어난다면 연합의 와해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아무도 배신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쳐도 5명이나 탈락하게 되면서 소수파 입장에서는 최고의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상금 매치에 애로사항이 생기긴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고립되어 버린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따로따로 플레이하기로 결정한다.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워스트 플레이라고 생각. 상기했듯 어차피 와해시킬 수 있는 판이었다. 그런데 굳이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연합에 낀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플랜. 그리고 이 선택은 결국 김동재의 탈락으로 이어진다. 그것도 오해로 인해.
김동재는 뭐가 됐든 재밌는 구도를 만들어줄 플레이어라서 조금 아쉽긴 한데 오늘은 의심 살 행동을 너무 많이 해서 뭐라고 하긴 어렵네.. 숫자를 잊어버렸다고 하지를 않나, 나는 7-8점 노린다고 하지를 않나, 연합한다면서 불안하다고 공유하기를 꺼리지를 않나. 결정적인 건 어디까지나 하석진과의 대화를 곽튜브가 목격했기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신뢰를 엄청나게 깎아먹었으니 어쩌면 자업자득이다.
그 외에 궤도가 스스로의 철학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하는 첫 게임이 되었고, 동시에 하석진이 궤도의 플레이 방식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표한 게임이기에 여러모로 중요했던 게임.
02. 3일차 상금 매치 [워드 타워]
주어진 블록을 모두 사용해서 영단어를 각 하나씩 만드는 게임.
아무래도 해외파들이 분발했던 게임이고.. 사실 별 할 말은 없다. 만약 실패했다면 게임판이 빈 플레이어가 패널티를 받게 되기 때문에 실패 각이 나오면 역대 상금 매치 중에서는 가장 강렬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 게임이긴 한데 결국은 다 성공해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이제 상금은 1억 5천.
03. 4일차 메인 매치 [동물원]
개인적으로 참 잘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망해버렸다. 사실 이 게임은 솔플이 힘들 뿐 2-3인 연합과 다수 연합 사이의 유불리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다. 인원이 많다 = 살릴 사람이 많다이기 때문. 다수파는 목적 달성을 위해 다섯 라운드 모두 지배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하석진과 이시원을 위시로한 소수파가 처음부터 연합해서 필요한 라운드에만 집중해서 따먹는다면 최소한 0점 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하석진은 그냥 솔플이 하고 싶었나 보다. 1R에, 심지어 자기와 겹치는 동물이 단 하나뿐인데도 경매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사실상 소수파는 깍두기가 되어버렸다.
한편 다수파는 그 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오르는 모습. 궤도는 (심지어 자기 점수를 0점으로 박아두면서까지) 도와달라고 찾아오면 다 도와주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진짜 연합원이라고 볼 수 있는 승관의 승점은 챙기지 못했다. 생각에 오류가 있었던 건 덤. 이 과정에서 서동주를 포함해 궤도의 플랜에 반감을 보인 플레이어가 늘어났다.
게임적으로는 사실 크게 볼 건 없었지만 드라마적으로는 사실 제일 중요한 회차. 갈등의 폭발과 함께 이 과정에서 승관이 감옥에 가고, 동시에 자주적으로 플레이하고 싶다는 승관의 욕망이 폭발하면서 이시원이 금고의 존재를 알게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중요한 회차였네. 소수파가 의욕적으로 싸우지 못해서 아쉽긴 했음.
04. 4일차 상금 매치 [양팔 저울]
드디어 수리 상금 매치가 나왔다. 게임이 뭔지 몰랐지만 운 좋게도 수리에 강세인 멤버들이 다 찢어질 수 있었다. 덕분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각종 트롤링과 함께 하석진 방에서도 계산을 완성하지 못하면서 기회를 잃었다. 시청자에게 궤도의 능력치만 보여주고 게임은 실패로. 계산이 어긋날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모습은 멋졌다.
05. 5일차 메인 매치 [땅따먹기]
말 그대로. 마침 9명이 남아있었기에 3x3으로 구역이 딱 맞게 나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연합의 구도가 확 바뀐 채로 플레이한 날. 곽튜브는 하석진과 함께 하기로 했고, 이시원은 왜 금고의 존재를 이야기해주지 않았는냐는 말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조연우와 팀을 맺었다. 패널티가 꽤 후했고 동시에 감옥의 마지막 날임을 의식한 듯 유독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아마 감옥을 원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자신의 피스를 조절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가 아닐지.
후한 패널티 덕에 대부분 나름 웰플레이를 했고, 두번의 강탈에도 불구하고 가운데에서 영역을 만드는 데 성공한 궤도, 가장 안정적으로 실속을 챙긴 박경림을 포함하여 대부분이 문제없이 마무리 한 듯 했으나 하석진이 최종적으로 조연우의 타일을 강탈해버리며 탈락시킨다. 사실상 데블스 플랜에서 처음 있는 능동적으로 탈락시키는 그림. 본인이 감옥을 가기 위함이었고 덕분에 정확히 이시원과 하석진 둘이서 감옥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가는 그림이긴 했고 그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마침 둘 다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감옥의 히든 피스는 무조건 두 명이 알게 되는 구조다 보니 어쨌든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확실히 하석진이 방송짬이 있어서 방송각을 잘 잡는다. 멘트도 그렇고 딱 깔끔하게 그림을 그리는 듯.
06. 5일차 상금 매치 [몽타주]
솔직히 재미없었다. 이 때까지 상금 매치는 다 볼만했는데 이건 좀 그렇네.
그리고 유독 피스를 많이 뿌리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만큼 난이도가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5개는 역시 상당한 수준. 박경림이 유독 좋은 모습을 보였고 부저도 빨리 누르면서 그 중 3개를 가져갔고 승리에도 기여했다. 이걸로 상금은 2억 5천. 이제 상금 적어서 가오 상할 일은 확실히 없겠네.
그리고 게임 내내 감옥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으로 들어갔다. 감옥의 비밀에 다가가는 장면이었기에 사실상 여기가 메인이라는 느낌도. 감옥의 비밀번호는 예상대로였고, 통로가 열렸다(!)
왜 키패드만 보이게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뭐 그냥 콘센트 사이지 맞춘거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그 옆이 열리는 거였구나. 굳이 이 정도까지 한 걸 보면 그냥 아이템 형태는 아닌 모양. 도대체 뭘까. 이번엔 진짜 예상이 안된다. 어쨌든 제작진 입장에서도 히든 피스를 얻는데 성공한 사람이 곧바로 탈락하는 건 원치 않는 그림일텐데 말이지. 게임 최후반부에, 피스가 가장 적은 사람이 열게 되는 구조다 보니 어쨌든 보통 밸류는 아닐 것 같다. 뭐가 됐든 재밌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네.
07. 총평
궤도 vs 반궤도의 구도가 데블스 플랜을 관통하는 그림이 되었다.
사실 다수파를 이끄는 캐릭터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데스 매치가 없고, 우승보다는 패널티 피하기를 목표로 하게 되는 게임 구조상 궤도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다수파 리더가 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그림을 보게됐네. 어지간하면 중간 보스로 퇴장하는 역할인데 궤도의 개인 게임 능력치가 상위권이었던 데다가 솔직한 말로 소수파가 게임을 그렇게 잘 하지 못한 관계로..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그림일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결과적으로 어디서 못 본 그림이다보니 나는 나름 만족함. 물론 소수파도 분전해서 좀 더 게임적으로 재밌는 그림이 나왔다면 더 만족하긴 했겠지만, 드라마로는 확실히 흥미롭다. 준결승 인원이 많다보니 누가 결승전 갈지의 문제도 역대 가장 난전 상태고.
이번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이 '서바이벌'은 사실 굉장히 큰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선택지가 적다보니 그냥 하나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만든건데 말이지. 게임 얘기로만 한정해도 누군가는 철저하게 개인의 능력을 보고 싶고, 누군가는 배신과 협잡을 최고로 친다. 또 누군가는 필승법이 있는 게임을 가장 좋아한다. 또 누군가는 정치와 암투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그런것들은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 프로그램도 그럼. 상금 매치는 인원이 많아야 유리한 게 사실이고, 데스 매치도 없으니 사실 궤도의 플랜은 프로그램의 틀을 굉장히 잘 이용한거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볼 때 자꾸 이전 프로그램에 겹쳐서 보게 되고, 그냥 자기가 제일 좋아했던 서바이벌의 형태가 서바이벌의 정답지인 것으로 생각하다보니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음. 가령 피의 게임을 최고로 치는 시청자들과 지니어스를 최고로 치는 시청자간에는 분명 기호의 차이가 있거든. 그런데 반응들을 살피다 보면 '서바이벌은 이런 건데 왜 이렇게 함?'이라든지 '게임은 이렇게 만들어야지 왜 이렇게 만듦? ㅡㅡ' 하는 식의 반응이 많다.
물론 그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고 당연한 현상이다. 애초에 나는 다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고. 가려서 볼만큼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냥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