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2023) / 도대체 왜..?

추석 영화 2. 그리고 현시점 기준 추석의 승자인 천박사. 주연 강동원을 필두로 꽤나 적극적인 홍보 나들이를 다니고 있고, 잠의 유재선 감독과 함께 엮여서 유망주 감독의 입봉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근데.. 좀 처참하다. 연출도 처참하고 스토리도 처참하고 남는 게 별로 없다. 사실 기생충 오마주가 들어간 초반 시퀀스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귀신을 보지 못하지만 특출난 관찰력과 화술, 심리 파악 능력으로 사기를 치고다니는 천박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보여줬고, 이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근데 그게 다였다.
귀신을 못 보는 사기꾼 퇴마사라는 매력적인 설정은 본편에 들어서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천박사는 그냥 퇴마사다. 사기꾼도 아니고 특유의 재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귀신을 못 본다는 것도 사실 별로 의미 없다. 걔네가 먼저 달려들거든. 심지어는 퇴마하는 과정도 심플하기 그지없다. 물려받았다는 간편한 설정의 검으로 한 대 통 치면 그만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통 친다.
... 이게 퇴마사 아니라고? 재기발랄하고 스타일리쉬한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 강렬한 캐릭터 무비로 시작한 영화인데 그 주인공이 별로 인상깊지 않다. 솔직히 말해 영화 끝나고 남는 캐릭터는 짧게 나온 박정민과 지수뿐이다. 그리고 그나마 이동휘까지. 이렇게 공허할 수가.
이 외에도 이 영화는 의문 투성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느낌 없는 휘두르기를 메인 액션으로 밀고 수없이 반복하는지, 때가 어느 땐데 얼굴 밑에서 푸른 조명 비추면서 전설의 고향같은 귀신을 연출하는지, 누가 봐도 추석 가족 영화 타겟팅인데 왜 굳이 잔인한 요소를 그것도 별로 큰 의미 없이 발라 놓았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설경은 왜 저렇게 표현한건지 등등.. 영화를 보다보면 끊임없이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호기롭게 후속작까지 염두해 두면서 끝맺었고 실제로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부족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