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록/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2023) / 도대체 왜..?

Seongwon32 2023. 10. 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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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 2. 그리고 현시점 기준 추석의 승자인 천박사. 주연 강동원을 필두로 꽤나 적극적인 홍보 나들이를 다니고 있고, 잠의 유재선 감독과 함께 엮여서 유망주 감독의 입봉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근데.. 좀 처참하다. 연출도 처참하고 스토리도 처참하고 남는 게 별로 없다. 사실 기생충 오마주가 들어간 초반 시퀀스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귀신을 보지 못하지만 특출난 관찰력과 화술, 심리 파악 능력으로 사기를 치고다니는 천박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보여줬고, 이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근데 그게 다였다.
귀신을 못 보는 사기꾼 퇴마사라는 매력적인 설정은 본편에 들어서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천박사는 그냥 퇴마사다. 사기꾼도 아니고 특유의 재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귀신을 못 본다는 것도 사실 별로 의미 없다. 걔네가 먼저 달려들거든. 심지어는 퇴마하는 과정도 심플하기 그지없다. 물려받았다는 간편한 설정의 검으로 한 대 통 치면 그만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통 친다.
... 이게 퇴마사 아니라고? 재기발랄하고 스타일리쉬한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분명 강렬한 캐릭터 무비로 시작한 영화인데 그 주인공이 별로 인상깊지 않다. 솔직히 말해 영화 끝나고 남는 캐릭터는 짧게 나온 박정민과 지수뿐이다. 그리고 그나마 이동휘까지. 이렇게 공허할 수가.

이 외에도 이 영화는 의문 투성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느낌 없는 휘두르기를 메인 액션으로 밀고 수없이 반복하는지, 때가 어느 땐데 얼굴 밑에서 푸른 조명 비추면서 전설의 고향같은 귀신을 연출하는지, 누가 봐도 추석 가족 영화 타겟팅인데 왜 굳이 잔인한 요소를 그것도 별로 큰 의미 없이 발라 놓았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설경은 왜 저렇게 표현한건지 등등.. 영화를 보다보면 끊임없이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호기롭게 후속작까지 염두해 두면서 끝맺었고 실제로 흥행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부족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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